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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국수 - 고기와 국수의 만남

미갈루의 요리이야기

by 미갈루 2012. 10. 11.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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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부터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은 음식을 향토 음식이라 지칭한다. 가장 한국적인 맛이면서도 토속적인 맛이 곁들여져 있는 향토음식은 우리 주변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다. 다른 지방과의 왕래가 쉽지 않았던 제주도의 향토 음식은 육지의 음식과 비교해 볼 때 지방 고유의 특색과 느낌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양념을 거의 쓰지 않고 재료 그대로의 맛을 살린 조리법 때문에 제주를 찾는 사람들은 제주의 향토 음식을 빼놓지 않고 즐긴다. 그중에서도 서귀포를 중심으로 마을의 잔칫날이나 큰 행사가 있던 날 즐겨먹던 고기국수는 제주의 삶과 문화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어 제주를 찾는 이들에게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육수에 수육을 올려 만든 국수

마을의 잔칫날이나 경조사 때 빠지지 않는 제주도 음식, 고기국수


제주도의 ‘고기국수’는 제주도의 대표적인 국수 요리로 흑돼지를 고아낸 육수에 수육을 올려 만든 국수이다. 고기국수는 돼지를 한 마리 잡은 후 남은 뼈와 살코기들을 처리하기 위해 고심하던 중 큰 솥에 남은 재료를 모두 넣고 푹 고아낸 뒤 면을 삶아 곁들어 먹은 것에서 시작되었다. 최근 들어서는 돼지 머리와 살코기들을 사용해 국물을 만들며 건면을 삶아 곁들여 먹는다. 고기국수는 육지에서처럼 마을의 잔칫날이나 경조사 때 손님들에게 대접하며 간단한 식사나 해장을 위해서 제주도 사람들이 즐겨 찾는 향토 음식으로 제주 시내 동문시장과 관광지 삼성혈 주변에는 고기국수 전문식당이 밀집되어 있는 거리가 조성되어있다.

고기국수의 유래
 

제주도에서 일반적으로 고기라고 함은 쇠고기나 닭고기가 아닌 돼지고기를 지칭한다. 이는 과거 제주도에서 행해졌던 모든 의례음식에 돼지고기를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털과 내장을 제거하지 않은 돼지 한 마리를 통째로 제단에 올려놓고 지내던 제례뿐만 아니라 무속 제의에도 사용할 정도로 제주도에서 돼지는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었다.

 

토산 일렛당에서는 ‘여신이 돼지 발자국에 고인 물을 빨아먹고 일곱 쌍둥이를 낳았다’라고 할 정도로 돼지는 다산과 생산의 주술적 의미로서 중요하게 여겨졌다. 보통 제의식이 끝나면 돼지를 추렴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음식을 만들었는데, 수육을 위해 발라놓은 뼈다귀와 자잘한 고기 덩어리들은 고기국수를 위한 좋은 재료들이었다. 큰 가마솥에 모든 재료를 넣고 마을 행사가 끝날 때까지 푹 삶아낸 뒤 고기는 두툼하게 썰어내고 육수를 담아 고기국수를 완성한다.
 

 

고기국수의 주재료인 돼지고기와 육수
하지만 지금의 모양과 같은 고기국수는 1950년 일제 해방이후 만들어졌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건면이 생산되기 시작하면서 국수를 넣고 말아 먹기 시작하였으며 지금까지 이어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논농사를 지을 수 없는 제주도의 경우 메밀과 같은 거친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부드러운 식감을 가진 건면의 등장은 제주인들에게 대단히 매력적이었다. 건면이 제주에 상륙한 이후 고기국수는 담백한 고기 국물과 곁들어져 자연스레 제주를 대표하는 향토음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고기 국수의 과거와 현재
 

제주의 향토 음식이라고 알려진 고기국수가 지금의 명성을 얻은 것은 불과 30~40여 년 전의 일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흔치 않다. 일제시대와 6.25 전쟁을 거치며 다양한 식재료와 음식들이 제주에 쏟아져 들어오게 된다. 이러는 과정 속에서 제주도가 가지고 있었던 전통음식들은 많이 사라지게 되었다. 이후 몇몇 집만을 통해 명맥을 유지하고 있던 고기국수는 1970년대부터 향토음식으로 알려져 육지 사람들에게도 알려지기 시작하였으며, 박정희 대통령이 시행하였던 국민 식량 자급자족 운동 중 혼-분식 장려 정책을 통해 많은 이익을 얻게 된다.

 

최근 들어 고기국수는 방송과 언론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게 되었으며 제주의 지자체 또한 고기국수를 향토 음식 문화체험 대표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주도는 매달 11일을 고기국수데이로 지정하여 국수 거리에서 할인된 가격으로 즐길 수 있게 하였고 이러한 노력을 통해 고기국수는 제주를 대표하는 향토음식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중이다. 
 
 고기국수 맛의 비결
 

담백하고 깔끔하지만 돼지 특유의 잡냄새가 없는 고기국수    부산의 돼지국밥, 뽀얀 육수를 자랑하는 고기국수는  

                                                                                                                       부산의 돼지국밥 맛을 연상시킨다.


고기국수의 맛은 담백하고 깔끔하지만 돼지 특유의 잡냄새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얇은 소면으로 삶아낸 면발에 하루 이상 고아내어 뽀얀 육수를 자랑하는 사골육수는 부산의 돼지국밥 맛을 연상시킬 정도로 뛰어나다. 대부분의 업소에서는 돼지 사골 뼈와 돼지 머리를 함께 넣어 육수를 만들며 생강과 통마늘을 넣어 잡냄새를 잡아내는 경우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제주도에서 생산되는 흑돼지를 이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방과 살의 함량이 육지의 돼지와 비교해 볼 때 월등히 뛰어나기 때문에 고기국수 특유의 ‘배지근한(담백하다는 제주도 방언)' 맛이 나온다.

 

닮은꼴 국수 ‘고기국수와 돈코츠 라멘’

제주도의 고기국수와 닮은꼴 음식인 돈코츠 라멘
 

지리적으로 해안가에 위치하고 있는 제주와 일본 후쿠오카에서는 닮은꼴 음식을 찾아 볼 수 있다. ‘고기 국수’와 ‘돈코츠 라멘’은 생김새만보더라도 두 음식이 매우 흡사하다고 생각이 들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더욱 더 비슷함에 놀라게 된다.

 

잘 삶아낸 편육에 뽀얀 빛깔을 가진 고기 육수는 차슈가 올려진 돈코츠(豚骨) 라멘과 생김새가 똑같다. 그리고 일본 음식이지만 빻아놓은 마늘과 생강을 곁들여서 먹는 것까지 한국식 식습관과 매우 동일하게 느껴진다. 돈코츠 라멘은 진한 국물의 기름진 맛이 인상적인 것에 반해 고기국수는 돈코츠 라멘보다 한층 더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도드라진다는 차이가 있지만 돈코츠 라멘 맛의 유사함 때문인지 제주를 방문하는 일본인 관광객들 또한 제주도의 고기국수를 스스럼없이 즐긴다.

 

일본의 오키나와 지방에는 과거 제주의 음식이 일본으로 건너갔다는 기록이 남겨져 있다. 그리고 예부터 후쿠오카는 일본 내에서도 오키나와와 빈번히 교류하였고 다양한 문화와 식습관을 받아들였다. 이러한 것을 통해 제주와 후쿠오카에서 비슷한 음식이 탄생된 배경에 돼지가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는 것은 분명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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